하얀 밤

2010/06/18 20:13
월드컵이 시작된 이후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었다.
올림픽과 더불어 세계인의 축제라고는 하지만 오늘처럼 새벽 늦은 시간까지 피곤한 눈을 감지 못할 때 마다 굳이 새벽에 일어나서 본방사수를 해야하는건가 하는 회의감이 든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이란게 때때로 불쾌한건 보고있지 않아도 알게된다는 사실때문인 듯 싶다.
 경기를 보고나면 다음날은 여지없이 해가 중천에서 넘어갈 무렵에나 일어난다.
열시간 전에 출근한 룸메이트의 빈 침대와 어수선하게 벗어놓은 티셔츠 등의 흔적들을 느즈막한 오후에 일어나서 멍하게 보고있노라면 왠지 울고싶은 기분이다.
혹시나 잠이 올까 싶어 고종사촌형이 놀러오면서 선물받은 책을 읽기시작했다.
읽을수록 집중이 잘 되어감을 느끼고는 한 챕터만 읽고 책갈피를 끼워두었다.
아령을 들었다.
윗몸일으키기도 하고 팔굽혀펴기도 하다가 이내 심박수가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며 그만두었다.
노란빛이 감도는 전등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부질없는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차갑게 돌아섰지만 정이란건 역시 끈끈하다.
호기심이 조금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다시 차가운 마음으로 돌아온다.
불면증이 찾아올 때마다 늘상 이런 반복이다.
기억하지만 추억하기 싫은 부끄러운 일들.
그런 시큼한 기억조차도 머지않아 무신경이라는 무덤 아래에 묻혀질테지.
오늘도 이렇게 지긋지긋한 하얀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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